처음 밀크티를 만들었을 때의 그 맛이 아직 생생했기에 다시 한번 도전을 하는 것은
그리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다.
하지만 냉장고에서 하루하루 유통기한을 향해 달리고 있는 우유와
고작 2주전 한 컵만 먹고 집에 다녀온 동안 쉬어버려 버려야 했던 비운의 파스퇴르 우유.
3,000원에 육박했던 우유가 그대로 날아가는 순간- 쓰게 울어야 했다.
그 뒤로는 서울우유도 부산우유도 필요없다-! 라며 1280원의 PB 우유.
분명 우유를 즐겨 먹긴 하는데도 불구하고, 막상 냉장고에 넣어두면 존재감을 잊는 우유.
하여간, 티백도 넉넉하게 있겠다. 일단 우유를 데우기로 했다.
(워낙 아날로그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에 집 마다 흔한 전자레인지는 커녕 가스버너도 없다.)
게다가 우유를 데울 수 있는 주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, 제대로 된 식기라면..
후라이팬? ..
후라이팬에 우유를 붓고 끓일 수는 없는 노릇.
멋도 모르고 전기포트에 우유를 부었다가 전부 태워먹은 경력이 있기에 그것도 포기.
(전기포트를 사고 일주일 만에 대 참사. llOTL)
라면을 끓일 때는 코펠을 사용하지만, 코펠은 코팅이 되어 있지 않으니 우유가 눌러 붙지 말라는 법이 없다-! 중탕을 하려 해도 내열유리로 된 병은 없으니 그것도 패스.
그래서 생각 한 것이 정말 정말 아날로그 적인 방법.
코펠냄비안에 우유를 절반 정도 담은 머그컵을 넣고, 전기포트로 물을 팔팔 끓인다.
물이 다 끓으면 코펠 속에 물을 붓는다. (물이 식지 않도록 두 번 반복)
5~10분이 지나면 아주 따뜻한 건 아니지만 전자레인지에서 30초 정도 데운 온도.
그럼 다기에 '진하게' 우려낸 차를 컵에 따르고, 우유를 붓는다.
입맛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넣으면 끝- 이라는 것은 내가 알고 있던 밀크티 레시피
오늘도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거쳐 1/3의 확률로 대 성공-!
(문제는 우유를 얼마나 넣었었는지 기억을 못한다는 것.)
여러번 타고 맛을 본 결과, 미세하긴 하지만 우유의 온도에 따라서도 맛의 차이가 있었다.
우유의 온도가 낮으면 낮을 수록 (내 입맛을 기준으로) 우유 특유의 비릿한 향이 남아있다.
팔팔 끓인 우유는 지금 내 상황에서는 할 수 없기에 패스.
(하지만 개인적으로 팔팔 끓인 우유는 비추)
적정온도에 적당한 양이 좋은 것 같은데-
사용하는 컵의 용량이 180ml니까- 대충 가늠한 결과
홍차 70-80ml 에 따뜻한 우유 30-40ml가 홍차의 향도 잘 살아나고 고소한 것이 아닌가라 생각한다.


지금 마구 타먹는 옐로우 라벨을 기준으로-
스트레이트 >> 밀크티 >>>> 김빠진 사이다 냉침 > (탄산이 남아있는) 사이다 냉침
인 것 같다.
일반 냉침은 지금 냉장고 속에서 이루어 지고 있으니 이에 대한 평가는 내일로 미루자.